갈라파고스(Galapagos)는 스페인어로 '큰 거북'이란 뜻. 1535년 스페인 출신 파나마주교 토마스 데 베를랑가가 이 섬군(群)을 발견했을 때 하도 거북이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1835년 찰스 다윈이 이 제도를 방문했다. 그는 코끼리거북, 바다이구아나와 육지이구아나, 갈라파고스펭귄과 다윈방울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80%, 고등식물은 약 40% 이상이 독자적인 진화과정을 거친 이 섬의 고유종이라는 데 놀랐다. 그는 방울새에서 힌트를 얻어 1859년 진화론의 기본서인 '종의 기원'을 펴냈다. 이 제도를 '진화론의 섬', '다윈 섬'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갈라파고스는 또 한번 생물학 혁명을 일으켰다. 1977년 심해잠수정 앨빈호로 이 제도 해저산맥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350℃가 넘는 심해온천으로 해저 2천600m까지 다양한 생물군집이 형성된다는 지구 생태계 경이를 밝혀냈다. 그 생물군집의 먹이인 미생물은 빛이 없는 심해에서도 열수의 황화수소 기체로 유기물을 합성하고 있었다.

1월은 갈라파고스 해안에 코끼리거북들이 알을 낳는 계절이다. 때맞춰 그 섬의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인간이 저질렀다. 지난 16일 등대를 들이받고 전복한 유조선이 한없이 기름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다행이 피해가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89년 알래스카의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피해가 1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본격화되는 것처럼, 문제는 갈라파고스가 몇 년 후에 겪게될 장기적 피해이다. 혹시 연어회귀가 급감한 '동해재해'도 수십 년 전 우리가 모르는 사이 누가 저지른 자연파괴의 장기적 피해일지 모른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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