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6일 백악관에서 국제 연구 컨소시엄인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민간업체인 셀라라 제노믹스가 게놈지도 초안 완성을 공동발표 했을 때, 이례적으로 클린턴 전대통령이 참석, "게놈 해독은 인류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라며“우리는 오늘 신이 생명을 창조해 낸 언어를 배우고 있다”고 흥분했다. 전 세계가 인류역사를 바꿀 사건으로 열광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런던 인공부화 조건 연구소에서 인간들은 수정란의 질에 따라 각 계급이 매겨지며 수백만 명의 일란성 쌍둥이들이 부화된다'는 헉슬리가 1932년 출간한 소설 '멋진 신세계'를 상기했다. ‘본래의 인간’들이 고도의 유전기능을 갖춘 복제인간에게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맡긴 채 살아간다는 가정을 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인간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한 게놈지도는 인류를 불행으로 몰고 갈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이다.

스위스와 미국의 두 생명공학회사가 벼 게놈지도를 완성했다. 작물 유전정보에 대한 최초의 해석이자 식량자원의 역사를 바꿀 대사건임이 틀림없다. 두 회사에서는 "이제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곡물 개량에 대한 결정적인 신지식을 공급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우려가 상업화 대목에서 더욱 가까이 체감되어지고 있다. 식량혁명의 수혜국들이 오히려 이 유전자정보로 무장한 강대국에 더 종속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영국 과학자 매트 리들리가 그의 저서 ‘게놈, 23개장으로 이뤄진 종의 자서전’에서 “지금 우리는 중대한 해답을 찾아내려는 순간 한편으로 중대한 질문에 맞닥뜨려 서있다”고 한 대목처럼 우리는 요즘 참 어정쩡한 자리에 서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는 상관없이 과학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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