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진실한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외모도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그가 처해있는 환경도 진실한 사랑 앞에선 아무런 잣대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을 '눈에 콩꺼풀이 씌었다'고 힐난하기도 한다. 콩꺼풀이 씌었든 아예 눈이 멀어버렸든 상관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큼 위대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이 세상에 다시 없다는 생각이 바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다.

에드가 알란 포오가 쓴 사랑의 시 '애너벨 리'가 동서양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사랑보다 더한 사랑(love that is more than love)'이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재보고 뭔가 의심가는 데가 있어 확인해보고 그도 모자라 어딘가 기운 곳은 없는지 미처 캐보지 못한 흠은 없는지 버선목 까뒤집듯 안팎을 세세하게 살펴보고나서 '사랑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맺어진 사랑'이었기에 '날개달린 하늘의 천사마저 시기하는' 사랑이었다. 사랑의 고통마저 아름답고 달콤한 맛과 향기로 남는 그런 사랑이 애너벨리를 향한 포오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사랑 노래로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를 거론하지만 사랑하는 두 여인이 서로 다투다 그 중 하나가 떠나버린 것을 안타까워한 노래일 뿐 진정한 사랑의 시는 아니다. 그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대신 그가 쌓는 탑의 그림자라도 보고싶어 목을 빼고 기다리다 연못에 몸을 던진 아사녀의 무영탑(無影塔) 전설이 슬프지만 아름답다. 갑자기 세상 떠난 약혼자의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척 어느 처녀의 얘기가 빛바랜 전설집에서 튀어나온 설화처럼 애틋한 감동을 준다. 방송드라마 작가들이 엮어대는 잡동사니 사랑얘기들에 식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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