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인체에 끼치는 해독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지 오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31일을 '세계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로 선포하면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 폐암 심장병 뇌졸중 등 25가지나 되고 담배를 피워서 얻은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연간 4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흡연인구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20년 후 담배로 죽는 사람이 한 해 1천만명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도 했다.

우리나라 국립암센터와 보건사회연구원도 작년 9월 '금연심포지엄'을 열고 흡연의 폐해를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전체 암 사망 원인의 30%,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원인의 20%, 만성폐색성 질환 원인의 80%가 흡연에 의한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흡연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손실도 연간 6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들의 그런 섬뜩한 연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흡연인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7세기 조선의 문인 장유(張維)는 '계곡만필'에서 "위로는 공경(公卿)으로부터 아래로는 가마꾼과 목동에 이르기까지 담배 피우지 않는 자가 없다"면서 1천명중 999명이 담배를 물고 산다 했으니 옛날에 비해 흡연인구가 줄어든 건 사실인가보다.

대통령이 흡연으로 인한 국민건강을 걱정하며 담뱃세 조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담뱃값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담뱃값이 비싸지면 담배 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국민건강도 그만큼 좋아질 것이라는 단순 사고다. 물론 비싼 담뱃값 때문에 금연 결심을 하거나 흡연량을 줄이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일시적 충격요법의 효과는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담뱃값을 올려 흡연인구를 줄이겠다는 발상이 어쩐지 행정편의적 탁상공론 같아 영 찜찜하다. 그래서 담뱃갑으로 또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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