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녀 고교생의 성 경험이 11%가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 명에 한 명 이상이 직접적인 섹스 체험을 했다는 말이다.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 중에 "사또 자제 도령님의 나이는 이팔(二八)인데…."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팔에 십육. 이도령의 나이 16살이란 얘기다. 또 이도령은 "자네 딸이 몇 살인가?" 하는 물음에 월매가 "임자년에 낳았소."라고 대답하자 "어허, 신통하네. 나하고 동갑이네." 하고 좋아한다.

16 살 먹은 이 두 청춘남녀는 만나자마자 그날 밤으로 백년가약을 맺는다. 경판본(京版本) '춘향전'에는 "문고리가 달랑달랑 등잔불이 가물가물" 하는 식으로 이들의 섹스 장면을 은유적이지만 매우 실감나게 표현해 놓고 있다. 조선 영·정조 이후의 사회 분위기가 아무리 흐트러졌다 하더라도 성춘향과 이몽룡의 이런 사랑 행위는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아닌 예술작품 속의 그것이라 윤리적 판단은 물론 유보된다.

현실에서 '춘향전' 같은 사랑이 일상적으로 전개된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리 이 시대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는 시대일지라도, 또 '성은 쾌락'이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다 할지라도 소년은 소년다운 성적 호기심에 얼굴 붉혀야 하고 소녀는 소녀답게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껴야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시대가 너무 천박해지기 때문에 이렇게 너무 일찍 성에 눈 뜨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본주의가 인간마저 욕망을 소비하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일지 모른다. 지금 이 시대는 '누려라. 참지 말아라.' 하는 성 이데올로기가 범람해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자기 절제와 억제를 통해 젊은이들이 스스로 문화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먼저 어른들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