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를 들라면 중국 간쑤(甘肅)성의 란저우(蘭州)를 먼저 꼽아야 한다. 석유화학 정유 제강공장이 밀집해 24시간 공장 연기를 뿜어내는 데다 황사까지 거들어 말 그대로 '숨막히는 도시'다. 총 먼지량이 세계보건기구 최대허용치의 8배에 이르는 7백㎍에 이르러 1년 내내 스모그에 뒤덮여 있다. 이 때문에 폐질환 환자가 유난히 많으며, 어린이들마저 매일 2갑의 담배를 피우는 '골초'와 똑같은 건강피해를 입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정말 란저우 상공에서 내려다본 지상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스모그 구름대를 뚫고 내려가자 녹색이라고는 단 한 점 없는 누런 도시가 황토 구릉 속에서 나타났다. 거기가 옛 실크로드의 오아시스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황허의 가죽배나 특산물 수박과 담배와 대마에 대한 연상도 깨어져 버렸다.

60년대 마오쩌뚱(毛澤東)이 공장들을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계획에 따라 중공업 시설을 서부 내륙 오지로 옮긴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이 도시가 좁고 길고 깊은 골짜기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환기구 없는 흡연실이라는 것이다. 지난 96년 이 도시가 숨쉬기 위해 산줄기에 거대한 구멍을 뚫는 무빙 마운틴 (Moving Mountains)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동쪽 산줄기를 깎아내, 협곡의 폭을 현재의 3배인 2km로 넓혀 이 문을 통해 오염된 공기가 사막으로 빠져나가게 한다는 우화 같은 발상이다. '현대판 만리장성'으로 비유되는 서부대개발 계획을 실천하면서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인지 정말 산을 밀어내기로 했다는 보도다. 그 '문'이 사람의 생각대로 기능을 발휘할지는 신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중국에서는 지금 산도 밀어내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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