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당(中唐)시절 시인 이하(李賀)는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기괴하고 환상적인 시를 즐겨 써 당대(唐代)의 낭만파 시인으로 불린다. 병약한 몸으로 감상적 염세적인 시를 쓰다가 27세에 요절했으니 19세기 서양의 낭만파 시인들과 흡사하다. 정교한 시적 구성과 아름다운 언어구사 기발한 발상 때문에 시귀(詩鬼)란 별명이 붙었다. "서산에 해지고 동산 어두워지면/회오리 바람결 구름 위에 말굽소리/비파소리 피리소리 따라/꽃치마 끌고 오는 걸음마다 가을 정취/계수나무 잎 바람에 떨어 우수수 열매 지고/푸른 살쾡이 피 토하며 울고 여우는 몸을 떨다 죽는다/옛벽화에선 뿔 달린 용이 금빛 꼬리를 끌고/비를 모는 귀신은 말타고 가을 못 속으로 든다/백년 묵은 올빼미 나무귀신 되어/파란 불빛에 웃음소리 둥지에서 나는구나" 굿판을 보며 귀신의 세상을 그려낸 시다.

생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남효온의 추강집에 귀신 얘기가 나오는데 "귀신이 천지 사이에 있어 아득하고 황홀하며 있는 듯 없고 실한 듯 허하다. 앞에 있는 것 같은데 문득 뒤에 있고 여긴가 싶어 가리키면 저기에 있다"고 했다. 묵자는 "귀신이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준다는 사실을 세상사람들이 믿는다면 감히 나쁜 짓 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공자는 제자 계로가 귀신 섬기는 일을 묻자 "사람도 제대로 섬기기 어려운데 귀신을 어찌 섬기겠느냐고 일축했다.

춘천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도립국악예술단 연습실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괴담이 퍼져 화제다. 빈 건물에서 밤중에 사람 소리가 난다느니 새벽녘 같은 시간마다 검은 옷 입은 여자가 지나간다느니…. 궁금한 일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세상일수록 허망한 소문들이 퍼지는 법이다. '아니면 말고'식이니 부담도 없을테고.

盧和男논설위원 angle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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