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민방위국 공무원 프란체스꼬 싼또이안니가 쓴 '쥐와 인간'은 아무리 부인해도 쥐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천 만년 전, 인간과 쥐는 몸집이 비슷했고, 비슷한 환경에서 더불어 살다가 각기 다르게 진화해 떨어져 살다가 수천 년 후, 인간이 농사기술을 발전시키자 다시 만나 오늘날까지 숙명적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후 쥐는 인간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고 있다. 이 책은 쥐가 어떻게 인간 옆에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해 우선 왕성한 번식력을 들고 있다. 평균 3년을 사는 쥐는 3세대가 흐른 9년 후에는 약 219만 마리로 늘어난다. 두 번 째는 뛰어난 적응력을 꼽았다. 그들은 마음먹으면 반드시 해낸다. 몇 달에 걸쳐 시멘트를 갉아내고, 연구해 마침내 광속의 쌀자루로 들어간다. 220볼트 전기 충격에도 끄덕 없고, 5층에서 떨어뜨려도 다시 꼬물거리는 악마, 영하 40도와 영상 60도 사이라면 어디서든 새끼를 낳는 번식력의 화신이며, 500원짜리 동전 만한 구멍만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는 침투의 귀재다.

인간에게 페스트를 옮기고 금방 면역성을 키워 자신들은 살아났으며, 40년 간 15차례나 원폭실험을 한 남태평양 엔게비섬에서는 유일한 생명체이기도 했다. 인간에 비해 분명히 약자이지만 그들은 절대 지지 않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스템셀스가 쥐의 뇌에 인간 뇌의 간(幹)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 치료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인간과 쥐가 85∼90%의 유전적 동일성을 갖고 있는 점을 바탕으로 쥐의 게놈 지도를 완성한 게 엊그저께니까 생명공학의 발전속도로 비춰보면 이런 과학적 개가는 예측됐던 사실이다. 갑자기 인간이 멸종하면 지구의 주인이 쥐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인간의 과학에 쥐가 이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적응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咸光福 논설위원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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