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뜻하는 영어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은 가정이라는 의미의 희랍어 oikos와 경영한다는 뜻의 nomos가 합쳐진 복합어이다. 경제란 곧 가정을 꾸려가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활동은 가정이란 보금자리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일리가 있어보인다. 미국 경제정책을 쥐락펴락 한다는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이 경기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작성한 통계와 함께 시중의 세탁소 경기를 유심히 살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기가 호황국면에 이르면 빨래거리를 세탁소에 맡기지만 경기침체로 가계가 움츠러들면 웬만한 빨래를 집에서 하게 마련이다. 빈 택시가 자주 눈에 띄거나 싸구려 술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경기하강의 실상을 반영한다. 점치는 집에 사람들이 몰리고 경마장과 카지노같은 사행성 업체가 북적거리는 것도 경기침체의 한 단면이다. 살림이 궁색해지고 주머니가 빌수록 불안심리에서 점집을 찾거나 대박을 꿈꾸며 도박장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성의 치마 길이가 길어지고 옷색깔이 칙칙해지는 게 경기침체의 현상을 반영한다는 이론이 1929년 대공황 이후 정설로 여겨져왔는데 요즘엔 브래지어 판매량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단다. 경기가 하강하면 여성들이 비싼 겉옷을 사지못하고 속옷이라도 제대로 입어 위안을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동전 순발행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경기전망의 어두운 그림자를 예고했다. 동전의 유통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저런 '체감지표'들이 하향세를 보여주는데도 정부가 환한 장밋빛 경제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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