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 눈, 도심엔 비가 내렸다. 스키장은 '금 눈'이라고 좋아했고, 공무원들은 '금 비'라고 좋아했다. 스키장 인공 눈에 소비하는 하루비용은 약 600만 원이나 돼 한 시즌 평균 5억 원씩 돈을 뿌린다. t당 1,577원인 물을 20여만t이나 사용하고, 제설기를 매일 11시간씩 돌렸을 때 나오는 돈이 그 만큼이라는 것이다. 그 경비를 올해는 겨울이 다 가도록 내려 주는 눈 때문에 고스란히 절약하고, 시즌도 언제 끝내야 할 지 모를 만큼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의 비를 '금 비'라고 하는 것은 올 겨울 끈질기게 내린 눈을 자연 제설해 주는 데다, 모래, 먼지까지 말끔히 씻어내는 청소비용 절약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절약되는지는 누가 조사해보지 않아 알 수 없다. 그러나 깨어내고, 실어 나르며, 물 뿌리고 쓸어내는 비용을 합산하면 천문학적 액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좋아하는 사람의 몇 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눈이고, 비고 다 싫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 춘천지방 기준 올 1,2월 누계 강수량은 63.3㎜. 예년치보다 19.3㎜가 더 많았다. 63.3㎜의 겨울 강우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올 겨울 하루건너 눈이 내리고, 주말마다 발이 묶이던 1,2월 짜증 날씨로 경험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생각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20세기 국가분쟁 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물이 될 것이라는 '예언'들이다. 재작년 제네바에서 열린 '물 부족 대책 국제회의'는 "현재 지구촌에서 3억 명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으나 2050년에는 10억∼24억 명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했었다. 하필 우리도 그 물 부족 국가군에 끼어 들어 2004년부터 물 기근 현상이 나타난다는 최신 보도다. 그 때를 생각하면 이미 내린 눈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내리는 눈비도 '금 눈'이고, '금 비'다. 그렇게 라도 자위하며 주말을 맞아야할 것 같다. 이번 주말도 신통치 않다는 일기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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