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제(Gizeh)의 스핑크스 코를 누가 박살냈느냐는 것은 아직도 논란거리다. 이집트인들은 나폴레옹 군대가 스핑크스를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18세기 이집트 기병대가 그 얼굴을 향해 포술훈련을 했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예술품을 사랑했고, 고대유물에 사려 깊었던 나폴레옹이 사막 석상의 귀중한 가치를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이다. 우상을 증오한 이슬람교도들인 이집트 기병대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그랬을 개연성은 많다. 오히려 종군화가 비방 드농은 1799년 나폴레옹군이 나일강 중류 룩소르에 도착하던 모습을 "그들은 고대유적 앞에 넋을 잃고 누구부터랄 것 없이 무기를 땅에 내려놓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스핑크스는 파라오 왕조가 몰락한 이래 19세기까지, 수많은 미신 숭배자들로부터 망치와 징의 세례를 받아왔다. 1379년엔 광적인 이슬람교도 수장이 알라신에 대한 열광의 표시로 스핑크스 코를 잘라 버리려고 한 일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집권세력 탈레반의 병사들이 지난 1일부터 바미안의 세계 최대 불상들에 대해 대공포를 발사해 파괴하기 시작했다. 온 세계가 인류 공동문화 유산의 파괴라고 격분하고 있다. 바미안 대불상 파괴는 3세기의 시공 차이만 있을 뿐, 얼굴에 포탄세례를 받는 것이나, 타종교에 대한 신성 모독적 행위를 하는 것 그리고 본질이 종교와 정치적 갈등이라는 점에서 스핑크스 코 사건과 아주 비슷하다. 정치적 갈등 때문에 시달리던 문화재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철원평야에 서있는 '북한 노동당사'다. 폭탄 세례를 받고 반쯤 부서진 채 얼마 전까지도 '국민을 착취하던 곳'이란 죄패를 머리에 달고 있던 그 증오의 집이 최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래도 우리에겐 문화적 실수를 빨리 반성할 줄 아는 심성이 있나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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