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에 관한 전설은 대개 옛날 어디 사는 아무개가 효성이 지극해서 병들고 늙은 부모를 극진히 모시다가 신령의 도움으로 영약을 찾아내고 그 영약으로 부모의 생명을 구했다는 식이다. 효자는 대부분 가난한 집 아들이고 영약으로 쓰인 것은 산삼이나 눈 속에서 따낸 죽순(雪上竹筍), 얼음 뚫고 잡아올린 잉어(寒氷鯉漁)가 주종을 이룬다. 위급한 부모의 목숨을 구하려고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넣는 경우(斷指輸血)도 있고 허벅지 살을 베어내 고아먹이는 충격적인 장면도 나온다.

춘천 효자동의 효자문 전설은 시대적 배경이 뚜렷하고 효행의 주인공 이름이 확실하게 전해올뿐만 아니라 선조임금이 상을 내린 연대까지 기록으로 남아있어 전설이라기보다 실화에 가깝다. 효자 반희언(潘希彦)은 임진왜란 때 전사한 반처량(潘處良)장군의 아들로 1554년생이니 450여년 전 사람이다. 전쟁 미밍인이 된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데 하루는 희언에게 산신령이 현몽해 어머니를 살릴 영약을 알려준다. 대룡산에 시체 다섯구가 있으니 그 중 하나의 목을 잘라다 고아먹이라는 것이다. 산신령이 일러준대로 대룡산에서 시체를 찾아 목을 잘라다 고았는데 솥뚜껑을 열어보니 커다란 산삼이었다. 희언이 목을 들고 지나온 곳이 지금의 거두리(擧頭里)이고.

목숨을 건진 어머니가 그해 겨울 딸기를 먹고싶어해 눈덮인 산속에서 딸기를 구했는데 눈보라에 길을 잃고 헤매다 호랑이의 도움으로 단숨에 집 앞까지 도착했다는 얘기도 곁들여져 있다. 실화에 설화의 옷을 입힌 셈이다. 춘천 지역 유림에서 뜻을 모아 효자문을 세웠다는데 지금 그 문은 없고 효자동이란 지명만 남았다. 그 효자동 언덕배기에 효자상을 세운다는 소식이다. 문화도시 춘천에 또하나 명소가 생기는 건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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