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파리 세느강의 퐁네프다리는 더 유명해 졌지만, 사실 그림은 세트에서 찍었다. 30 만평의 세트엔 길이 100m, 폭 15m의 진짜 퐁네프다리가 대리석으로 복제됐다. 세느강과 깊이가 같은 수심 20m의 인공 강도 만들었다. 세트 제작기간은 1년 7개월. 기술자 인부 2만 명이 동원되고,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크리스티앙 마지 외에 설계사, 조각가, 연극 무대 디자이너까지 참여했다. 투자된 돈도 1억 9천만 프랑이나 된다는 것이다.

퐁네프는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지만 사실 이 다리는 헨리 3세 때(1578년)에 착공해 헨리 4세 때(1606년) 완공된, 세느강에 걸려있는 32 개 다리 가운데 가장 나이 먹은 '오래된 다리'다. 그러고 보면 세느강의 다리들은 하나씩 자신을 메이크업하는 소재들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퐁네프다리의 '퐁네프의 연인들'처럼, 2층 다리 비르아켐은 영화 '파리의 정사'를, 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를,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 만국박람회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느강의 다리는 실제보다 더 낭만적이고,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불교의 선업 가운데 보시는 재물을 남에게 나눠주든지, 스스로 고행하면서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불교에서는 다리를 놓는 것도 보시로 보고 있다. 다리를 놓아 사람이 불편 없이 다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국사의 돌다리 청운교 백운교와 연화교, 칠보교는 불국의 땅과 범부의 땅을 잇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한국의 옛 다리들은 그런 사상적인 의미를 담아 표현하고 있다. 새로 놓이는 현대식 다리들은 그런 한국의 옛 다리를 하나도 닮지 않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2번 째 아름다운 다리로 뽑힌 춘천 소양2교가 누가 시 쓰고, 영화 찍기 전에 먼저 '자살다리' 별명을 얻었다. 드디어 자살방지용 특수시설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다리를 메이크업시키는 소재가 '자살 다리'라는 것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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