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태조 때 걸안이 낙타 40마리를 보내왔다. 그러나 하루 소금 두어 말과 꼴 여나믄 단을 먹어치우면서도 쓸모는 아무짝에도 없는 무도(無道)한 나라의 기분 나쁜 '선물' 이어서 다리 밑에 매어 굶겨 죽였다. 그리고 그 다리 옆에 '낙타교'라고 비석을 새겨 세웠다.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지금도 개성에 있다"고 한, 박지원조차 중국에서 처음 보고 '머리는 말 같고, 눈은 양 같으며, 걸을 때는 나는 해오라기 같으며, 소리는 거위 같다'고 한, 한국에는 살지 않아 백성은 본 일도 없는 이상한 짐승이름을 따다 다리에 붙이게 된 유래는 그렇다.

그렇게 한국인에게는 전혀 생소한 그 동물의 이름이 휴전선 일대 봉우리마다 붙여진 이유는 무엇일까? '소잔등 고지'라면 모를까. 군인들은 복무기간 내내 '전방에 보이는 낙타고지'와 함께 살게 마련이며, 통일전망대 관광객도 금강산 구선봉 옆 허리 잘록한 산이 '낙타봉'이라는 설명을 꼭 듣는다. 그림책에나 나오는 낙타가 한국의 산에 등장하게 된 동기가 한국전쟁이라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미군들은 노년기 한국 산들의 볼록한 봉우리를 보는 순간 낙타 등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름을 모르는 무명고지는 모조리 '카멜 힐(camel hill)'로 명명했다. 그 산기슭에 살던 사람들은 반세기 동안 돌아오지 않았으며 본명을 잃은 낙타고지들만 한국 땅에 어색한 감성접목으로 남아있다.

DMZ 북쪽의 그 낙타고지를 바라보면서 남북장관급 회담이 무기연기 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라는 북측의 연기사유에 대해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중엔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북측의 트집잡기 관행을 내 비치기도 하고 있다. 남북화해의 새 패러다임은 그토록 감성접목이 어색하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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