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아줌마'가 장안의 화제다. 내로라 하는 정치인이 나서서 아줌마 예찬론을 펼치는 정도다. 아줌마 역을 맡은 탤런트는 "아줌마는 우리 사회의 영웅"이라며 기염을 토한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영웅적 인물이 없었으면 아줌마가 영웅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치계는 물론 사회 각 분야의 지도급 인물들이 하는 양을 보면 드라마 '아줌마' 속 주인공 아줌마의 의식과 주장이야말로 정작 영웅적이란 생각도 든다.

'아줌마'를 그려낸 드라마 작가 정성주 씨는 아저씨의 상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심하게 말해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아줌마를 내세운 것이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씨가 생각하는 아줌마는 지식인의 속물성 및 권력 지향성을 비틀고, 가짜 지식인들의 허상을 폭로하여 깨부수는, '잃을 게 없는' 여자다.

'잃을 게 없다'는 처음부터 본디 '가진 게 없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부인네를 높여 정답게 부르는 말'인 아줌마는 약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훨씬 이념적인 어휘가 된다. 그렇지만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식의 '모성 이데올로기'와는 좀 다르다. 모성에 비해 보다 덜 본능적이고 보다 덜 원초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자가 아줌마가 되면 '잃을 게 없는' 또는 '가진 게 없는'에서 나오는 서민적 혹은 민중적 힘을 갖는다.

이럴 경우 1949년에 발표된 책 '제2의 성'에서 "여성은 사회에서 2 류의 지위, 즉 제2의 성으로 내몰렸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불평은 비로소 극복될 기회를 갖게 된다. '제1의 성'에서 "여성은 네트워킹에 능한 협상력, 섬세한 감수성, 언어 능력, 사람을 읽을 수 있는 직관, 인내력 등에서 남성에 비해 우월하다."고 한 헬렌 피셔의 주장처럼 이제 여성, 아니 아줌마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1 류로 등장해야 한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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