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 애공(哀公)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정치는 백성들로 하여금 부유하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묻기에 공자는 "세금을 줄여 주면 백성이 부유해질 것이요, 일을 벌이지 않으면 백성이 죄로부터 멀어지고, 죄로부터 멀어지면 오래 살게 되지요."라고 대답한다. 애공이 난색을 표하며 "그러면 내가 가난해지는데요." 하자, 공자는 "그 아들이 부유한데 그 부모가 가난한 경우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했다.

이보다 앞서 주나라 무왕(武王)이 태공(太公)에게 물었다. "나라를 위하느라 법령을 자꾸 바꾸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태공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라를 위한다고 법을 자꾸 바꾸면 법을 법으로 여기지 않게 됩니다. 새로운 법이 나올 때마다 혼란이 일어나고, 혼란이 일어나면 다시 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래서 그 법은 끝 없이 고쳐져야만 합니다."

이 무왕의 아들 성왕(成王)이 사부 윤일(尹逸)에게 물었다. "무슨 덕을 베풀어야 백성이 따르겠습니까?" 윤일이 대답한다. "백성을 부리되 때를 맞추어 부리면 그들이 공경하며 스스로 따를 것이고, 그들을 충심으로 사랑하여 법령을 내리되 믿도록 하고 식언(食言)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왕이 다시 물었다. "그 정도까지입니까?" 윤일은 "깊은 연못가에 이른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해야 합니다."고 답한다.

의보(醫保)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내각 총 사퇴와 책임자 문책 소리가 높다. 정부가 여러 가지 일을 벌이자 백성들은 날로 가난해지고, 법과 제도가 하루가 멀다잖게 바뀌며 식언하자 국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연못 가에 이른 듯 얼음 밟듯 조심하고 신중하라는 윤일의 말에 성왕이 뭐라 탄식했는지 아는가? "너무 두렵소!"였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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