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동, 송현진을 지나 초구에서 '거울 같은 호수'란 이름인 감호(鑑湖)와 구선봉을 왼편으로 돌아 보호리. 그리고 적벽산(赤壁山) 오른쪽으로 남강을 건넌다면 그건 옛 동해북부선 철길로 가는 길이다. 7번 국도는 군사분계선 마지막 표지판 제1292호가 박혀있는 초구 철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닷가로 갈라진다. 감호와 동해가 빚어낸 해송 밭 해안사구를 지나 포외진에 이르면 정말 배처럼 생긴 선암(船岩)이 바다에 떠있고 좌우 현중바위, 저도 그리고 이름 없는 섬 6개도 만난다. 영랑호도 거기 있다. 남택하(南宅夏)가 이름을 지었다는 해금강 한 가운데 인 것이다. 능호를 지나면 남강. 그러나 붉은 바위벽 위에 서있는 적벽루 밑에서 그 강을 건널 때는 적벽강이라고 부른다.

금강산 육로관광은 해금강을 끼고 도는, 가는 길 자체가 그럴 듯 할 것이다. 아마 아직도 서슬 퍼런 DMZ를 의식해서라도, 바닷가 길 7번 국도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DMZ를 횡단하는 일인데…." 막상 현대가 빠르면 올해 안에 그 길을 튼다니까 "설마"하고 고개를 갸웃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작고했지만 왕회장 발상법이 있다. 2중 철조망 '현대회랑' 덕분에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남쪽 끝, 북한의 최전선인 해만물상까지도 중단 없이 이뤄지고 있다. 즉, 현대회랑을 통일전망대에 갖다 붙이면 된다. 어려서 배운 어림잡아 거리를 재는 방법대로 5만 분의 1 지도를 펴놓고 통일전망대에서 남강 건너까지 7번 국도를 따라 실을 늘어놓아 봤다. 22.5㎝. 축적을 곱해 봤더니 1,125,000㎝. 에게, 11.25㎞, 30리도 채 안됐다. 거기 회랑 만드는 건 전문건설업자라도 해치울 수 있는 공사물량이다. 하긴 그런 게 문제가 됐던 건 아니지만….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