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騷音)이라 하여 다 적(敵)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범위 내 주파수의 소음을 없앤 나머지 소음은 사실 소음이라 하기 어렵다. 가령 자동차 소음의 경우 엔진 소리, 사이드 브레이크 채우는 소리, 차문 소리나 트렁크를 여닫는 소리, 이런 소리들은 그 크기와 질감에 따라 소음이기도 하지만 귀에 익숙하고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이면 소음이기는커녕 듣기에 매우 좋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자크 아탈리는 미래인들은 유목민처럼 이동하면서 살아갈 것이므로 이른바 '유목(遊牧)물품'이 각광받을 것이라 주장한 적이 있다. 그 유목물품 중 하나가 휴대폰이다. '통신 과소비'로 부담을 주는 휴대폰이지만 현대인들은 휴대폰 없이 살 수 없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도심에선 물론 산과 들, 그리고 기차와 전시장 안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한다. 휴대폰의 영역은 전 지구적이다. 이 때문에 휴대폰 소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소음 인식은 달라진다. 어스름 저녁 무렵 먼 마을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반면 한밤중에 이웃에서 여러 마리의 개가 짖어댈 경우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소음이다. 소설가 박범신(朴範信)의 '그들은 그렇게 잊었다'란 소설에 개 목장 주인이 개 짖는 소리를 없애려고 강아지일 때 쇠꼬챙이로 개의 고막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물론 해서는 안 될 잔인한 장면이나 '오죽했으면' 하는 공감도 인다.

소음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므로 마땅히 원인자에게 책임을 물려야 한다. 미군 사격장 소음으로 피해를 본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주민에게 법원이 내린 '국가 배상' 판결은 환영받을 만하다. 수십 년 간 참아 온 강릉 등 비행장 주변 주민들에게도 보상 있어야 할 것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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