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지만, 요즘 40∼50대들에겐 그 말이 아주 실감 간다.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등장하고, 쫄바지, 주름치마, 월남치마까지 심심치 않다. 누구는 딸아이 웨딩드레스를 보고 잠깐동안이지만 “제 엄마가 간직하고 있던 걸 입었구나”하고 감격했다고 한다. 소위 ‘레트로스펙티브 룩’(Retrospective Look)이라는 패션의 복고풍(復古風)이니, 복고조(復古調)니 하는 것은 그렇다 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친구’가 복원해낸 70∼80년대의 의리나 복종, ‘인간적’ 풍물에 관객이 100백만 명을 넘어 섰다거나, 조성모의 리메이크 곡 ‘가시나무 새’가 개인앨범 사상 처음 200만 장을 돌파했다는 등 과거로의 회귀 열풍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눈여겨보면 문화 복고(復古)는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젊은이들 사이에 옛 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한 테마 카페가 인기고, 그 옛날 ‘라면땅’ 이 연상되는 60∼70년대 풍 과자가 은근히 팔리며, 대학가에선 우유팩 차기가 다시 튄다는 것이다. 하긴 ‘막국수’ ‘옛날 자장면’ ‘청국장’ 등을 찾아다니거나, 시골 풍, 전원풍을 탐닉하는 것은 나이든 세대가 주도한 음식 복고(復古)와 주거 복고(復古)이다. 그렇다면 21세기 벽두의 첨단과학시대로 과거를 끌어들이는 실체는 무엇일까. 문화평론가들은 그 이유를 이 사회가 일견 풍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만, 내면은 퍽 빈곤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엄청난 기대로 줄기차게 달려왔지만, 결과는 ‘별 볼일 없는 것’이어서 허망과 공허감에서 싹튼 향수가 그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요즘 정치 사회 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이 우리를 얼마나 빈곤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일리 있는 말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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