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의 '프랭키와 자니'를 한 TV방송이 방영했다.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한 젊은이가 빨간 머리 아가씨가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란 집시의 점괘에 희망을 걸게되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의 30년 전 로큰롤 '플리즈 돈 스톱 러빙미'(Please Don't stop loving me) 등을 다시 듣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혼을 빼놓은 건 금강산 선상카지노가 국가적 쟁점이 된 때에 보는 아름다운 미시시피강의 선상카지노였다. 19세기 중엽부터 남북전쟁 때까지 그 강에 떠 있던 200여 척의 호화판 도박선을 시제만 바꿔 재현해 놓고 있었다.

아마 미시시피강의 선상카지노는 본격적인 미국 도박사(賭博史)가 태동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급기야 뉴올리언스, 네바다, 뉴저지, 노스다코다 주까지 카지노를 허용하도록 한 원천이 그것인 셈이다. 카지노의 본래 의미는 '작은 집'을 뜻하는 이태리어 카자(casa)가 어원이고, 르네상스 시대 귀족들이 소유하였던 사교용 별관이란 뜻이다. 옥내 도박장이 된 것은 왕궁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18∼19세기에 유럽 각지에 개설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도박의 역사는 한참 위다. BC 1600년에 타우(Tau), 세나트(Senat)라는 도박이 이집트에 있었고, 우리나라도 삼국사기에 '백제 개로왕이 국사를 내팽개치고 고구려 간첩승(間諜僧) 도림과 바둑을 두다 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고 보면 도박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그 스릴과 사행심을 자극하는 재주로 기생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어느새 그런 속성에 익숙해진 것일까. 바위마다 새겨진 주석의 글발들 때문이라도 "이데올로기의 성산(聖山)에 자본주의 쓰레기가 말이나 되느냐"고 할 법한데도, 남쪽의 금강산 카지노 설전에 대해 북쪽은 여전히 말이 없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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