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코너리와 조지 래젠비에 이어 영국의 첩보영화 ‘007 시리즈'의 제3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돼 일곱 차례에 걸쳐 출연한 영국 영화배우 로저 무어가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만섭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왕년의 명배우 무어는 ‘유엔아동특별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유엔총회 의장국'이 되는 한국이 협력해 주십사 하고 요청했다. 로저 무어는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였다.

로저 무어가 말한 ‘유엔총회 의장국'은 서유럽 아시아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5 개 지역그룹이 대륙별 순환원칙에 의해 돌아가면서 맡게 돼 있는 유엔 기구다. 현재의 의장국은 서유럽그룹의 핀랜드이고 내년은 아시아국 차례다. 아직 다른 나라가 총회 의장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한국은 의장국 진출의 호기라는 판단 아래 다음 달에 열릴 유엔 아주그룹회의에서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을 총회 의장 단독후보로 공식 승인받은 뒤 내년 총회에서 무투표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유엔총회 의장을 '세계의 국회의장'이라 부른다. 유엔의 189 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총회가 '세계의 국회'에 해당한다면 이 총회를 주재하는 의장은 정말 '세계의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다. 총회 의장은 사무총장, 안보리 의장과 함께 유엔의 3대 핵심 요직이며, 서열로 보면 사무총장보다 위인 유엔의 최고위직이다. 우리 정부가 유엔총회 의장을 맡으려는 이유는 의장의 권한과 역할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전 회원국 대표로 구성되는 유엔의 최고기관인 총회는 국제평화 유지, 국제협력 촉진, 신탁통치 등 헌장 범위 내의 모든 문제에 심의 또는 권고할 수 있다. 또 10 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 54 개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 선출, 국제사법재판소 판사 선출 등 주요 산하 기관의 이사국 선출이 총회에서 이뤄진다. 강원도 사람이 이 막강한 유엔총회의 의장이 된다 하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나.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