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의 싯귀처럼 '보얀 봄길 따라'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을 걷고싶은 계절이다. 일렁이는 초록의 벌판 위로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며 떠난 길이 '남도 삼백리'길이어도 좋고 신라 수로부인이 걸어가던 동해안 바닷길이어도 좋으리라.

"꾀꼬리 소리 천리에 홍록 색깔 어우러진 때/어촌 산 어구에 펄럭이는 술막 깃발" 당대(唐代)시인 두목(杜牧)은 그런 봄길에 끌려 여행을 떠났다가 컬컬한 목을 축이고 싶어 주막을 찾는데 목동이 손가락으로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킨다(借問酒家何處在 牧童遙指杏花村).한 폭 수채화같은 봄풍경이다. 남원 사또의 아드님 이몽룡이 절세 가인 성춘향을 만난 것도 만화방창(萬化方暢) 봄빛 화려한 계절이었다. "일기 화창커늘 문을 열고 둘러보니 안류(岸柳)는 의의(依依)하여 성긴 내를 띄웠는 듯 원산은 암암하여 맑은 기운 어리인 듯 공자손(公子孫) 벗님네들 답청들고(踏靑登高)하는 때라" 서책을 밀어놓고 방자 앞세워 봄길 나들이에 나섰던 거다.

옹색한 살림에 찌든 마음 훌훌 털고 가벼운 여장으로 어디는 떠나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계절, 그래서인가 봄길따라 씽씽 달리는 관광버스들이 곳곳에서 줄을 잇는다. 혼자 떠나기는 어딘가 허전해서 가까운 이웃끼리 추렴해 떠나는 관광길이라면 부러워 할 일이지 뒷말로 수근거릴 게 아니다. 그런데 그렇지만도 않은가보다. 동네방네 은밀하게 사람 모아 누군가가 주선해준 나들이에 서로 계면쩍은 웃음짓고 어울리니 다녀온 사람들은 쉬쉬하며 입다물고 속내를 아는 사람들이 그렇고 그런 관광이라며 묘한 말을 퍼뜨리니 '이상한 관광'이다.

선거 때마다 도지는 '선심시비'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아직 일년 이상 남았는데 벌써부터 선심 베풀며 표밭갈이에 나선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그것이 알고싶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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