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행정부가 91년에 추진하던 '전지구적 제한공격 방위계획(GPALS)은 지상과 위성에 연결해 적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83년 레이건 행정부가 낸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즈 계획과 비슷하다. GPALS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방어 체제라면, SDI는 당시 소련 붕괴 후 우발적이고 한정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 동맹국들이 함께 '미사일 방어'우산을 쓰게 한다는 게 좀 다르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지난 1일 천명한 새 '미사일방어(MD)'은 북한, 이라크 같은 불량국가에 날아오는 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를 방위하는 지상방어시스템인 '국가미사일 방어(NMD)'와 동맹국 그리고 해외 미군기지를 대상으로 한 '전역미사일방어(TMD)의 통합개념이다. 지상뿐 아니라 해상·공중·위성 방어체제라는 점과 동맹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 공동방어라는 점에서 10년 전 아버지가 내놓은 계획과 매우 유사하다.

강력한 미사일방어 우산의 보호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도 과거와 다를 게 없다. 다만 한반도 환경이 바뀌었다. 하필 MD의 타깃이 북한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MD의 추진 명분으로 불량국가(Rogue State)에 의한 미사일과 핵 공격 위협을 들면서 꼭 북한을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1988년부터 그 반열에 든 이후 한번도 '해금'된 일이 없으며, 엊그제 미국이 '테러국가'로 재지정한 것만 보아도 부시 대통령의 미사일 구상 속에는 당연히 북한 미사일 '노동호' 가 들어있을 것이다.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남북관계는 더 꼬여갈 수밖에 없는 것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스타워즈 계획이 돈과 기술 때문에 흐지부지된 것을 인용해 이번 MD도 '채워야 할 여백이 많은 그림'이란 반응이 워싱턴 싱크탱크 그룹에서 나왔다. 그 여백 속에 곤혹스러운 한국의 입장 같은 것도 들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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