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새들아 푸는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이라는 '어린이날 노래'가 5월의 하늘가에 울려 퍼지면 한국인 누구나 다 한번쯤 하늘을 쳐다보며 새삼 "어린이날이구나" 하는 짧은 탄성을 자아낼 것이다. 황사 뒤끝일지라도 역시 어린이날의 하늘은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처럼 맑아야 좋다. 오늘의 하늘은 어떠한가?

나이를 좀 먹은 사람들은 그 "날아라 새들아"의 '어린이날 노래'가 윤석중(尹石重) 선생께서 지으신 동요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다. 1911년 서울서 태어난 윤석중 선생은 1933년에 '개벽사'에 입사하고, 방정환(方定煥) 선생의 뒤를 이어 '어린이'라는 잡지를 냈고, 뒤이어 '소년' '유년' '소학생' 등의 잡지를 발간하다가 해방 후 상경하여 '어린이 신문'을 발간한 아동문학가다.

우리는 물론 그분의 이런 동요를 기억하고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이 '기찻길'은 윤석중 선생이 일제 말기였던 1940년대 초 부산에서 서울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가면서, 힘든 시절이었지만 기찻길 옆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가까이 보이는 초가에서 아기가 배를 내놓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동시다.

그런데,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라는 '옹달샘',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로 시작되는 '새 나라의 어린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의 '졸업식 노래' 그리고 '어깨동무' 등 주옥 같은 동시를 써낸 윤석중 선생의 동요를 부르며 자란 어른들은 요즘 황사낀 하늘을 보며 걱정한다. 어린이들이 동요를 부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작년엔 '에쵸티(HOT)'에 기절하더니 최근엔 '죠디(GOD)'에 숨 넘어간다. 동요 없이 어린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의 이 5월에 무슨 추억을 떠올릴까.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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