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태

동부지방산림청장

동해안에도 봄꽃이 활짝 피었다.

살을 에는 추위와 쌓인 눈속에서 살랑대던 봄바람이 동장군의 기세를 꺾는 듯싶더니 어느새 한송이 꽃이 되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담장 옆에 다소곳이 숨어 있던 개나리와 진달래가 봄소식을 알리고, 파란 하늘을 향해 살짝 고개를 내민 목련꽃과 벚꽃은 완연한 봄이 돌아왔음을 느끼게 한다.

봄꽃과 함께 나들이의 계절이 돌아 왔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과, 친구와 함께 활짝 핀 봄꽃을 찾아 교외로 나가고, 백두대간의 높은 산과 계곡에는 등산과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봄이 깊어지고 봄꽃의 향기가 무르익을수록 아름다운 자연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산불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1996년에 발생한 고성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2000년에 일명 ‘동해안 산불’이라고 부르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2만3000여ha의 산림이 소실되었고, 2005년에 발생한 양양산불은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에 타는 피해를 가져왔다.

이는 동해안 지역 산불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동해안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양간지풍이라고 부르는 강한 바람때문이다.

4월에는 완경사의 영서지방을 지난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어 급경사의 영동지방으로 빠르게 내리 부는 ‘휀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초속 20미터 이상의 바람이 불고, 습도가 낮아진 바람은 동해안 지역 전체를 매우 건조하게 만든다. 이때 바싹 마른 낙엽과 풀잎에 조그만 불씨가 떨어져도 산불이 발생하고, 그 산불은 강풍을 타고 대형산불로 확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산불은 주로 등산객 등 입산자가 산에서 불씨를 취급하거나 산림 주변에서 논·밭두렁 태우기 또는 쓰레기 소각을 할 때 발생한다.

특히 봄철의 동해안 지역처럼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은 산불발생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산림 안이나 산림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씨를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등산을 하면서 산에서 밥을 짓거나 물을 끓이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하며, 산림주변에서는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 소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조그만 불씨가 바람을 타고 대형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산불은 산림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불로 파괴된 산림생태를 회복하는데는 최소한 3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고, 그 세월동안 동해안의 소나무숲에서 자라는 송이버섯도 생명력을 잃어 주민의 소득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 산림을 지키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산불은 벚꽃이 필 때 시작해서 아까시꽃이 필 때 끝난다고 한다.

아까시꽃이 필 때면 물기를 머금은 풀이 낙엽을 뚫고 올라오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봄의 전령인 벚꽃이 산불의 망령이 되지 않도록, 아까시꽃이 필 때까지 소중한 산림이 지켜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산불예방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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