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앞으로 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우리는 전진한다/원혼이여,피에맺힌/적군을 무찌르고서/꽃잎처럼 떨어져 간/전우야 잘 자거라" 반세기 전 6.25 전쟁 당시 곳곳에서 울려퍼지던 군가다. 낙동강 방어에 성공한 우리 국군은 맥아더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이 노래를 부르며 북진했다. 적탄에 숨진 전우의 주검을 '초연(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녁에'묻기도 했지만 전황이 불리할 땐 사자(死者)의 목에 걸린 군번줄만 떼어 간직하고 시신을 그냥 둔채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죽은 국군들의 수많은 유해가 이름 모를 들판과 산등성이 또는 깊은 계곡에서 반세기동안 풍우에 씻기며 흰 뼈로 흩어져 있을 터이다.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魄)은 흙으로 돌아간다 했던가. 조국을 위해 옥이 부서지듯(玉碎) 아름답고 장렬하게 산화한 젊은 목숨들이 청산 어디엔가 백골만 남기고 그 혼이 구천을 떠돌며 슬피 운다면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부끄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50년 전 북진 전투에서 부하 9명을 잃은 중대장이 격전지였던 양양군 서면 내현리 마을에서 전우의 유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백발 성성한 노병이 옛 전우의 뼈를 수습하며 까마득한 반백년 저편 세월,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젊은 목숨들의 혼을 달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비장하고 또 숭고하다.

하와이에 있는 미군 태평양사령부엔 '미군확인검증연구소'라는 단위부대가 있다. 육해공군과 고고학자 등 170명으로 편성된 이 부대는 세계 곳곳에서 전사했거나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는 임무를 맡고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죽은 자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이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국가가 할일을 대신해 전우의 유해를 수습하는 노병의 마음을 우리 정부가 제대로 읽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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