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는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을 크랭크 인 할 때부터 이 영화의 극적 덧씌우기를 생각한 것 같다. 지난해 4월 3일 제작에 들어가면서 60년 전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으로 수장된 미 전함 애리조나호 기념관에서 전몰 용사들에 대한 추모식부터 거행한 것부터가 그렇다. 지난 21일 이 영화 시사회를 '대사건'으로 포장해 낸 솜씨는 더 놀라웠다. 무려 역사상 인간이 만든 가장 큰배라는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의 갑판위로 세계 각국 기자 600 명, 진주만 공습 생존자, 희생자, 유족 그리고 현역 해군 2천 명을 초청해, 할리우드 사상 최대규모라는 시사회는 무려 500만 불을 쏟아 부었다.
"진주만의 희생자 그리고 살아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엔딩 크레딧이 떴다. 순간 조명은 무대 위로 옮겨졌다. 아, 거기엔 진주만의 영웅들이 앉아 있었다. 살아있는 이 들은 노인이 되

어 있었다. 도쿄를 폭격하고 돌아왔던 젊은 영웅들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젊고 아름다웠던 간호장교들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고, 어떤 노병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외신은 '진주만' 시사회의 클라이맥스를 그렇게 묘사했다.

같은 날 도쿄에서는 또 다른 2차대전의 영웅들이 다시 탄생하고 있었다. 취임 후 절정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힘들 때는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을 생각한다'며,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군함을 향해 돌진하던 자살특공대를 상기시켰다. '될 수 있으면 히틀러가 되고싶다', '중국인의 흉악 범죄는 민족적 DNA 때문'이라며 요즘 일본의 극우파들이 상영하고 있는 영화 파시즘의 대형 스크린에 고이즈미의 육성 엔딩 크레딧이 뜨는 순간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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