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K 그룹 김태연회장이 양아들들과 함께 춘천까지 방문한 것은 의외였다. 하이테크벤처타운에서 배계섭(裵桂燮)시장과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도 신문에 났다. 재미 '성공시대'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그런 실업인을 춘천까지 나들이하게 한 배시장의 행정 수완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시선을 붙잡은 것은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인디언 플룻'이다. 'I can do it!'이 그녀의 좌우명이라면, 인디언 플룻은 그녀의 '부적'같은 것인지 모른다. 어느 자리에선가 그녀는 스스로 "이 별난 악기가 화제가 되어 어려운 상담이 곧잘 쉽게 풀린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외치는 'I can do it!'과 '인디언 플룻'은 TYK 그룹 컨텐츠를 돌리는 에너지원이 되는 셈이다. 이럴 때 궁금한 것이 "에니메이션, 생물산업, 멀티비젼 등 하이테크를 지향하는 춘천 컨텐츠를 돌릴 에너지원은 무엇일까"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춘천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란 퀴즈로 풀면 아주 쉬울지 모른다. 인형극, 마임, '아베의 가족'의 전상국, '훈장'의 이외수 등의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한가한 가정 자체가 웃기는 일이 될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춘천국제마임축제와 전국기업인 마라톤 대회를 둘러싸고 문화예술인들이 '춘천시가 문화예술을 홀대한다'는 성명을 낸데 이어 요즘 유행하는 릴레이 시위까지 펼친 것이다. 얼추 보면 행정인과 문화인의 즉흥적 충돌인것 같지만, 그 기본 색깔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쪽은 문화마인드가 세상의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한쪽은 행정마인드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춘천 밖에서는 춘천을 에니메이션이니, 생물산업 또는 멀티비젼의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정은 가끔 자신의 업적에 자아도취 되는 실수를 한다.


함광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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