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누더기 옷에 다 떨어진 신을 끌고다니는 모습을 보고 위왕이 혀를 차며 위로했다. "고생이 너무 심하시구려" 장자는 고개를 쳐들고 웃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누더기 옷에 떨어진 신을 신는 게 가난한 건 분명하지만 고생이랄 건 없지요. 고생이란 선비가 도를 배웠는데도 그것을 실천할 때를 만나지 못해 고통받는 일을 가리킨 말입니다."

가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장자도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던지 하루는 위나라 문후를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빌려 드리고 말고요. 며칠 있으면 봉읍(封邑)에서 세금이 들어올텐데 그 돈이 들어오면 삼백금 정도 융통해 드리지요. 그만한 돈이면 지금 선생의 궁색한 삶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천하의 해학가 장자는 노기 띤 음성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이리로 오는 길에 붕어 한마리를 만났는데 놈은 수레바퀴 자국으로 생긴 웅덩이에서 할딱거리 물을 조금 길어다 부어 달라고 하더군요. 나는 놈에게 말했죠. '내가 지금 오나라 월나라 임금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두 임금과 상의해서 서강의 물길을 돌려 너를 구해주마' 그랬더니 붕어란 놈이 성이 나서 이렇게 말합디다. '당장 목을 축일 물이 없어 사경을 헤매는데 물 한 되면 될 것을 강물은 웬 강물, 그만 두시오. 건어물 가게에서 내 시체나 가져가시구려'" 장자 외물편에 나온 삽화다.

도내 가뭄 피해지역을 방문한 행자부장관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정부예산 지원을 요청받고 속시원한 대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부가 지원한 예산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가뭄을 극복해달라면서 가뭄이 계속되어 피해가 커지면 1백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확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당장 한 되의 물이 아쉬운 웅덩 속 붕어에게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는 장자의 대답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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