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중엽 안데스산맥의 쿠즈코를 중심으로 현재의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까지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한 나라, 오랫동안 스페인 식민지배 아래 있었기에 현재는 토착문화와 스페인문화가 융합 또는 병존하고 있지만 원래 멕시코의 아즈데카문명, 중미의 마야문명과 함께 중남미 3대 토착문명 중 하나인 잉카문명으로 빛나는 나라, 이런 나라가 페루다.

우리로서는 사뭇 먼 나라로 생각되는 곳이나 페루는 지난 1963년 우리와 공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1982년에 김상협 국무총리가 방문했고 1996년엔 김영삼 대통령이 국빈 방문하여 경제·외교 협력 관계를 한층 높여 온 나라다. 한국전쟁 때 긴급구호금을 지원한 우방국인 이 페루로 병아리 감별사 등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민 가기도 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가 아니다.

중남미 어디서고 그러하지만 페루 역시 인디오 계통의 인구가 총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적 실권은 백인이 장악하고 혼혈 메스티조와 원주민 인디오는 서민 또는 빈곤계층으로 전락해 사회구조가 일그러지고 정정이 불안한 나라다. 약 2천여만 명의 인구 중 흑인 및 동양인이 3 % 정도인데, 이 중 일본계가 약 8만 명 정도 살고 있어 일본계 후지모리가 대통령직을 지내기도 했다.

이런 나라에 사상 처음으로 원주민 인디오 출신 대통령 후보자 알레한드로 톨레토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당선됐다. 1812년 독립 이래 줄곧 백인 엘리트들에 의해 독접당해온 대통령직을 안데스 산간마을 벽돌공 아들이 되찾은 것이다. 페루 인디오의 고대 잉카언어인 케추아어는 한국어와 문법구조가 거의 같다. 학자들의 주장대로 정말 이들은 몽골계로 우리와 피가 같을지 모른다. 페루 대선 '원주민들의 승리'에 웬 일인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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