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로라 보하난은 나이지리아 티브족에게 ‘햄릿’을 이야기해 주면서 자기의 해석과 그들의 해석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티브족들은 자신들이 믿는 마법 풍습에 기초해 늘 선악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햄릿의 작은 아버지가 햄릿의 부친을 죽이고 엄마를 차지한 것에 햄릿은 복수를 결심하지만 그들은 작은 아버지가 엄마를 차지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마을에서는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는 것이 관습처럼 이어지기 때문이었다.이처럼 어떤 사회의 특수한 상황이나 독특한 문화적 배경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이해되는 것을 문화상대주의라고 말한다. 즉 문화상대주의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관계지수를 돈독히 해주는 개념 중에 ‘자기개방’이 있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같은 매체가 발달하면서 타인과 가까워지기 위해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한다. 꽁꽁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고 자기 고백 내지는 폭로의 과정을 거치면 사람들은 친근감에 환호한다. 상대방이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친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노출시킬 때 ‘숨겨진 뇌’의 영향을 받는다. 숨겨진 뇌란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잠재의식 습관 편향과 같은 개념이다. 결국 자기개방의 내용과 패턴은 전적으로 자신의 믿음과 태도에 근거하며 삶에 대해 품어왔던 평상시 사고와 가치관을 드러낸다.

사용하는 언어가 직설적인 나꼼수 관계자들의 거침없는 자기개방이 때때로 사람들을 당혹하게 한다. 지난주에는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들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후보로 남아 있다.나꼼수 담당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상대주의라는 이해의 지평을 넓혀 주는 카드를 꺼내야만 한다. 상식과 보편이라는 잣대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문화상대주의로 해석해야만 하는 노력이 꽤나 작위적이다. 나꼼수가 가슴 따뜻해지는 자기개방을 실천하면 정체성이 모호해지려나?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자신의 됨됨이 이상은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에머슨의 말이 귀에서 맴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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