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데올로기는 좌파, 정치 권력은 우파가 지배해 왔다. 지난 달 13일에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언론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 '자유의 집'이 좌파연합 '올리브나무'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둠에 따라 현재 유럽을 장악하고 있는 좌파정권에 대한 '우파의 반격'에 세계인들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반격'이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애초에 유럽엔 완전한 좌파정권이란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이 좌파정권이지만 사실 슈뢰더 총리는 '신(新)중도론자'이다.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 역시 '현실주의적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영국 노동당 노선을 신자유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급진적 중도' 또는 '제3의 길'이라 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영국 노동당은 좌파와는 다른 사회 인식을 전제로 더 이상 계급끼리 대립하지 않는 정책을 편다.

미디어 성공으로 일어난 센세이셔널리즘을 제거하면 제3의 길이란 '보수 철학'과 몇몇 '좌파 가치'를 나열한 매우 모호한 정치 개념일 뿐이라 비판받고 있으나 어쨌든 지난 7일 총선에서 영국의 노동당은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블레어리즘의 승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한 달 전 이탈리아의 좌파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과 비교된다.

영국 노동당의 승리는 블레어의 개인적 매력에다가 좌파적 이데올로기에서 후퇴한 중도적 정책이 영국 경제를 사상 유래 없는 호황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도 정권 재창출 혹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놓고 여야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모호한 우리의 경우 진정 정권을 잡고 싶으면 블레어처럼 우선 경제 회복 정책을 내보여야 할 것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