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와 극지방을 오가는 날씨 변화를 인공으로 일으켜 일상을 마비시킨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어벤저'의 기상제어는 공상이 아니다.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실이다. 1946년 11월 13일 빈센트 셰이퍼(Vincent J. Schaefer)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바크쳐 산맥에서 경비행기로 구름 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다. 5분이 지나자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그후 공항 활주로의 안개를 제거하고, 포도밭에 쏟아지는 우박을 빗물로 바꾸며, 관개용수나 마실 물을 늘리기 위해 인공 비나 눈을 내리게 할뿐 아니라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진로를 바꾸는 등 자연개조기술은 실용화에 들어섰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주 등에서 산악의 대규모 강설 프로그램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텍사스주에서는 여름 인공강우로 농작물 재배의 수익을 높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경계의 타호호에서는 인공 비로 매년 4천500만t의 물을 얻는다.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에서는 매년 인공 비로 물 2억4천만t을 얻어내 발전도하고, 농사도 지으며 먹기도 한다. 중국까지 가세했다. 과수원이 많은 길림성 에서는 뇌우에 인공강우 포탄을 터트려 우박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나보다.

이런 인간의 반세기 도전도 올 가뭄 앞에는 KO 패다. 남한 '90년만의 대한(大旱)', 북한‘1000년만의 왕가뭄’인 줄만 알았더니, 기지구촌 곳곳이 홍수 아니면 가뭄 난리다. 다음주 남부지방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벌어진다. 말 그대로 실험이기 때문에 해갈까지 기대할 리 없다. 타는 가슴에 한 줌 물 묻은 손길 같은 시도일 것이다. 다만 60년대 한 차례, 90년대는 두 차례나 해봤고, 99년엔 1999년 한-러 기상협력회의에서 인공강우 기술을 이전 받기로 했으나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