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거세할지도 모른다는 성장기 소년들의 무의식적 공포를 프로이트는 '거세 콤플렉스'라 했다. 그러나 이것은 남성의 성기가 '가문의 보물단지' 또는 '남성의 권위'로 인정받는 문화 풍토 속에서만 가능한 개념이다. 지금과 같은 남성성기 전락시대에는 거의 고전 같은 이론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과연 현대는 거세 콤플렉스를 인정할 필요 없는 남성성기 전락시대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로마의 '시저궁전'에 가 보아야 한다. 시저궁전에 장식된 복제본 미켈란젤로 다비드상의 성기가 얼마 전에 한 포르노스타의 성기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다비드상의 페니스 크기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형편 없이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일부 학자들은 바로 이것이 남성 성기가 성적인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린 드라마틱한 예라고 주장한다.

'마태복음' 19장 12절에 놀랄 만한 기록이 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어미의 태로부터 된 고자도 있고, 사람이 만든 고자도 있고, 천국을 위해 스스로 된 고자도 있도다."가 그것이다. 성 어거스틴은 이 말을 인용하며 기독교의 거세를 사제의 독신주의 혹은 금욕생활을 의미하는 상징어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 세 부류의 고자 외에 스스로 고자가 되는 남성들이 있다. 아니, 이들은 애초부터 '남성'임을 잘못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미국병사 죠지 죠겐센은 다섯 번의 수술 끝에 블론드 머리의 미녀 크리스틴 죠겐센으로 다시 태어났고,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내가 너에게 실수를 저질렀구나."하는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다나 인터내셔널은 성전환 수술로 여가수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최근 우리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 '그 여자 하리수'가 세인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당당하게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껴 가는 모양이니 '거세 콤플렉스'란 정녕 허상이었나.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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