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선정성 장면이 담긴 러시아 예술영화 '러시아식 사랑'을 방영했다고 해 화제다. 구 소련당시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던

예프게니 마트베예프가 연출한 영화라는 것도 재미있다. 배우 겸 연출가인 그는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영화가 퇴폐적인 미국영화를 배우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던 인물. 조선중앙TV가 이례적으로 러시아 영화를 방영한데는 이 영화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제7차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이른바 '북한에 뽑힌 영화' 라는 게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마트베예프의 반미 영화적 성향도 맘에 들었을 것이다. '러시아식 사랑'은 3부 가운데 1부만 지난 12일 밤 9시부터 1시간10분 동안 방영됐다. 그 영화가 인터넷에 떠 서울서도 '상영'되고 있다. 소련 붕괴 후 피폐해진 농촌이 무대다. 혼란에 빠진 농촌 사회에서도 불의에 맞서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대하고 집요한 힘에 대항하면서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농장원들의 일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단 몇 차례의 키스, 가슴이 깊이 패인 옷차림…. 선정적 장면이라면 그런 게 전부다. 오히려 우리말로 더빙된 "내 아내가 되어 주시오" "오늘만 요."등의 평양 억양에 녹아있는 암시적 선정성이 더 짜릿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북한 TV에 뜬 것을 놓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북한주민의 폐쇄 콤플렉스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동정심이 은연중 발동하고 있기 때문일까. 장전항에 떠있던 선상호텔 금강호의 문닫은 모습이 보도됐다. 사실 그 배는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분방함에 대한 북한주민의 폐쇄 콤플렉스를 남한 관광객이 은연중 동정하던 곳이다. 사실은 '그게' 달러를 주고, 받으려 했던 것인데, 요즘 금강산 관광 얘기만 나오면 모두 돈타령만 한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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