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행복'이란 수필을 쓴 김소운씨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이런 말을 그 글 속에 남겼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만한 게 못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이승을 떠난 미당선생이 "가난은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래했지만 '송곳하나 세울 땅도 없이' '불고 쓴 듯'한 오막사리에서 삼순구식(三旬九食)하는 흥부네 식구처럼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결코 가난을 그저 남루한 정도로 여기는 시를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벼개하고 누워도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며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富)를 뜬구름에 비유한 공자도 "만일 떳떳한 부라면 나는 그것을 얻기 위해 마부라도 되겠다"고 갈파했다. 맹자는 한술 더 떠서 "일정한 소득이 없는 자는 마음이 흔들리기 쉽다"면서 재산과 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간혹 가난을 예찬하거나 미화한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가난할지라도 인생을 사랑하라. 구빈원(求貧院)에 살아도 기쁘고 즐거운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양노원의 창에도 부자의 거실에 비치는 석양 못지 않은 햇살이 비치는 법이다." 자연주의자 소로가 '월든'에 쓴말이지만 느끼할 정도로 부를 쌓아 거들먹거리는 삶에 대한 일종의 반동일지도 모른다.

빈한(貧寒)의 삶속에서도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의 얘기가 꽤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그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가난은 바로 고통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어느 결혼정보회사가 미혼여성 1천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우자의 연봉이 평균 3천200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한다. 경제력만 좋으면 다른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극단의 응답도 있었다고 하니 '돈이 제갈량'인 시대가 정말 오긴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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