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관한 고사성어로 삼인시호(三人市虎)란 말이 있다. 방총이 위나라 태자에게 말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을 해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태자는 못 믿겠다고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요?" 태자는 "의심할 수 있겠지" 한다. "세 번째 같은 말을 하면?" "믿게 될 것"이라 대답한 뒤 태자는 곧 방총의 말뜻을 깨닫고 "알겠소, 과인은 절대로 유언비어를 믿지 않겠소"라 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만 거짓말을 하면 호랑이가 되는 것(三人之言 則成虎)'이 세상 일이다.

'탈무드'에는 용서받을 수 있는 거짓말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새로 산 물건에 대해 물어왔을 때 별 볼 일 없는 물건일지라도 "훌륭하다"고 말하고, 친구의 결혼 상대가 못생겼어도 "굉장한 미인"이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로 깎아 달라고 조르는 손님에게 상인이 "손해 보고 판다"나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것이 있다. 악의 없는 이런 거짓말은 삶의 여유로움을 반영한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워낙 단수가 높아 눈치채기 어렵지만 일단 진실이 알려지면 황당함은 커진다. 존슨이 주한미군을 만나 "조부가 알라모 전투에서 전사했다" 했는데, 나중에 자연사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이 입을 벌렸다. 미국대통령 조지 부시도 "어릴 때 '배고픈 배추벌레'라는 동화책을 재밌게 읽었다" 했으나, 부시 나이 23 세 때에 출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을 크게 웃겼다.

웃음을 유발하는 정도의 거짓말이야 세상의 감초 역할로 일소(一笑)에 붙이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허위 사실을 유포해 투자자를 끌어모아 수백억 원을 가로챈 '거짓말 벤처'가 적발됐다는 보도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은 '벤처'와 '거짓말'의 그 긴 거리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거짓말 바이러스'에 걸려 있는 모양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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