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스캔들의 늪'에서 벗어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99년 2월 알링턴의 아미네이비골프장에서 새해 첫 라운딩을 한 게 화제가 됐었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경에 빠졌을 때인 98년 11월 TV에 골프치는 모습이 나가 공화당 의원들의 분노를 샀던 것을 의식 해, 그가 '골프근신'을 했기 때문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전처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판결을 받은 미식축구 스타 심슨을 빗대 그를 'OJ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클린턴은 자신을 향해 다른 유탄이 날아오는 것을 몰랐다.

영국 BBC방송은 나토군의 유고 공습이후 코소보 남부에서 벌어진 주민대량 학살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해 방영했다. 끔찍한 장면을 삭제하면서 재편집했지만, "아들과 손자, 그 다음 세대가 세르비아인들이 무엇을 했는지 결코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찍었다" 는 필름제공자 밀라인 벨라니차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는 현장을 생생하게 붙잡고 있었다. 하필 방송은 클린턴이 골프를 즐긴 직후 나갔다. 나토의 공습은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었다. 클린턴에게는 이라크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 전쟁이었다.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물론이다.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마저 "클린턴은 지난달 29일도 안보장관 회의를 주재한 뒤 골프를 쳤다"고 비난했다. 미국에서 전쟁 중 골프는 흉이 아니다. 부시 전대통령도 걸프전 때 주말골프를 한번도 안 걸렀다. 다만 클린턴의 그 경우는 국가위기상황에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상선 사건의 그 때' 국방부 장·차관, 육참, 해참 총장, 공군지휘부까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밝혀져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국가위기상황에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할 것도 없이 '골프 치며 전쟁하는 나라'의 뚝 멋부터 들었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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