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7년에 나온 서유거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꽁치를 공어(貢魚), 속칭 공치어(貢侈魚), 한글로는 '공치'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사람에게는 오래 전부터 친숙한 물고기인 셈이다. 꽁치의 특징은 산란 조건이 좋은 바다로 떼지어 이동하는 산란회유와 먹이가 풍부한 바다를 찾아 이동하는 색이회유를 한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일본 남부해역으로 가 알을 낳고, 여름엔 홋카이도 이북의 찬바다로 이동하는 것이다. 쿠릴열도 남단은 올 꽁치어장이 막 형성됐다. 그 바다에 우리 배가 들어가 꽁치를 잡고 있다.

'한·러 꽁치잡이 어선 조업'합의 따라 99년 1만3천t, 지난해 1만4천t을 잡았고, 올 예정 어획량은 1만5천t이나 된다. 우리나라 꽁치 어획량의 60%. 3년 째 식탁에 오르는 꽁치가 '원양'이었을 튼대도 대게 감쪽같이 '근해'로 알고 있었던 것만 봐도 쿠릴 꽁치 신선도는 알아 줄만 한 것인지 모른다. 홋카이도와 캄차카 반도 사이 1천250㎞에 56개의 섬으로 태초부터 놓여 있는 징검다리, 태평양과 오호츠크해 두 대양의 경계선, 늘 화산 연기가 피어올라 '스모그'란 뜻의 '쿠릴(Kuril)'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곳, 그래서 '지구에서 가장 지구적'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 것만 봐도 쿠릴 꽁치는 흠잡으면 바보가 될 만 하다.

이 열도 최남단 구나시리, 에토로후, 시코탄, 하보마이 등 소위 '북방4도'에 대해 러시아와 해묵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거기가 자신들의 바다인 양 우리의 꽁치잡이를 향해 태클을 걸어오고 있다. '독도 생트집을 후퇴하고 쿠릴로 갔나?'하고 생각할 지음에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고이즈미(小泉)내각이 우경화 여론을 의식한 조치 같다'는 복잡한 분석이 나왔다. 꽁치 맛이 싹 가실 판이다. "속초 학꽁치 나올 때나 누가 좀 부르소."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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