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제는 본질적으로 동제(洞祭)다. 동제란 도당굿 마을굿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한 마디로 말하여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를 올리는 종교 의례이자 마을 축제다. 이렇게 마을을 지켜 주는 신 앞에 설 때 김씨니 최씨니 하는 작은 구분은 사라지고, 박씨니 함씨니 심씨니 하는 씨족주의는 일단 거대 '마을가족' 속에 녹아든다. 대신 '우리 모두가 한 마을 사람'이라는 공동체적 동질감이 살아난다.

이것이 동제의 특징이고 기능성이다. 단오제 역시 이런 기능을 지닌다. 단오제는 그저 며칠 놀자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단오제는 일 년 동안 있었던 모든 갈등과 모순을 동제 속에 '난장판'을 벌임으로써 다 잊어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준비 과정이다. 그래서 '진한 놀이'를 통한 강한 연대감으로 다음 순서인 두레나 품앗이 같은 실질적 화합 지원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강릉 단오장에선 지금 그 '진한 놀이' 중 하나인 풍물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산불 예방과 가뭄 극복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이제 단비 머금은 싱그런 초여름 자연 속에 풍물놀이 전승 '강릉푸너리예술단'을 비롯한 풍물놀이 경연단의 한마당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전통예술 중요 장르인 농악에서부터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4 가지 타악기의 어우러진 가락에서 조상의 높은 예술혼도 확인하는 중이다.

전통문화시범도시 강릉의 무형문화재 제13호 단오제가 곧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2003년 '국제관광민속전' 강릉 개최도 결정됐다. 올해가 '한국방문의 해'이면서 동시에 '지역문화의 해'이니, 이런저런 면에서 올 단오는 특별히 의미 깊게 느껴진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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