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의 탄탈로스(Tantalos)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부유한 왕이었지만 천상계에서 신들의 음식물을 훔쳐다 인간에게 준 죄로 영원한 지옥인 타르타로스로 떨어졌다. 그의 머리 앞에 있는 과일나무에는 과일이 풍성하게 열려있고 그의 목 아래로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물을 먹으려고 고개를 숙이면 물은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가 과일을 따먹으려 고개를 내밀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들어올렸다. 그가 단념하고 있으면 나뭇가지는 그의 머리앞에, 물은 목까지 차 조롱했다. 그는 영원토록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려야 했다.

1802년 스웨덴의 A.G. 에케베리가 핀란드의 키미트와 스웨덴의 이테르비에서 발견된 새로운 광석 속에서 강회색의 단단한 금속을 찾아냈다. 이 금속은 공기 중에서 잘 산화되지 않으며, 백금을 제외한 모든 금속을 녹여버리는 플루오르화수소산이나 이 금속을 녹일 수 있다. 에게베리는 어떤 산(酸)에서도 녹지 않는 이 금속을 지옥에서 고민하는 탄탈로스를 연상해 탄탈룸(tantalum)이라고 명명했다. 탄탈룸은 내산성이 강하기 때문에 화학공업용이나 진공관 ·레이더용 전자관 등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금속이 고릴라를 죽인다고 해 말썽이 된 적 있다. 탄탈룸이 휴대폰에 들어가면서 이를 구하기 위해 콩고의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에 몰려든 불법 채광업자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코끼리·영양은 물론 고릴라마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과장보도이겠지만 '이 금속의 진가가 다시 한번 돋보이는 사건이다. 이 신광물의 광산이 철원 북쪽 20㎞지점의 평강고원 압동(鴨洞)에도 있어서 곧 남한 기업이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압동은 27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빚어 놓은 오리산(鴨山, 458m)이 있는 마을. DMZ에 가면 이 산이 보인다. 어쩐지 그 산이 늘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