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에서 대중정당으로 변신한 독일 녹색당은 98년 총선에서 47석을 차지하면서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SPD)과 집권 연정을 형성했다. 녹색당은 '원자력 없는 독일'을 연정 참여의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20년 내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 19개소를 폐쇄하기로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 슈뢰더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3년간 중단됐던 핵폐기물 수송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독일은 자국의 핵폐기물을 프랑스와 영국에서 재처리한 뒤 회수해 보관해왔으나 지난 97년 핵폐기물 수송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간의 대규모 충돌 후 핵폐기물의 반입을 중단했었다.

녹색당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됐다. 그러나 녹색당 출신 위르겐 트리틴환경장관은 두 정상의 합의에 명백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녹색당의 실질적 지도자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도 "우리 쓰레기는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녹색당의 노선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녹색당의 이런 균열을 놓고 "내년 총선에서 사민당 연정파트너로서의 위치가 불투명할 정도로 녹색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갈등"이란 해석이 나왔다.

공모를 통해 핵폐기물장 부지를 확보하려던 정부계획이 무산됐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전국 46개 임해지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원금 3천억 원을 걸고, 기간을 4개월이나 연장하면서 후보지를 공모했으나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정부는 일부지역 주민들이 군수에게 유치청원을 한 것에 희망을 걸고 신청기간을 다시 연장할 방침이다. 그러나 "내년이 지자체장 선거인데 목숨걸고 나설 지자체가 있겠느냐"는 전망이 뒤따라 나오고 있다. 안전도를 놓고 수십 년 논란이지만, 원래는 핵폐기물도 선거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거에는 안 되는 소재가 없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