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락(Goulag)'은 불어 'Glawnoje OUprawlenie LAGerei(교화노동수용소관리국)'의 이니셜로 만든 합성조어다. 영어로는 'Gulag'으로 쓴다. '굴락'이라 불리는 이 수용소들은 1919년 4월 15일자 소비에트 법령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1930년대 구소련의 비밀경찰인 '통합국가정치보안부(OGPM)'의 통제 아래 완성됐다. 러시아 백해(白海)의 솔로프키 군도를 필두로 주로 유러시아와 극동 소비에트에 걸쳐 굴락, 즉 수용소가 설치돼 있었다.

'굴락'이라는 말이 서구에 알려지자 이 말은 곧 '독재 권력 치하 압제적 상황의 수용소적 성격'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칠레 굴락' '니카라과 굴락' 등이 그것이다. 원뜻과는 조금 다르게 굴락이 독재 권력을 고발하는 뉘앙스를 지니게 된 뒤 곧 다시 굴락은 모든 종류의 '유폐(幽閉)'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지게 된다.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 그리고 소위 합리주의자들에 의해 수십 년 동안 굴락은 부정돼 왔다. 굴락이라는 강제수용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소련의 작가 아렉산드르 솔제니친이 1973년에 발표한 '수용소군도' 때문에 결정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한다. 솔제니친은 자신이 수용되었던 백해의 솔로프키 강제수용소 체험에 입각해 소련의 수용소 체제를 폭로 비판하는 소설을 썼던 것이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억압과 빈곤이라는 기준에 따라 '세계 최악의 국가' 10 위 중 북한이 1 위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뉴스위크'는 북한이 주민들의 목숨을 파리보다 못하게 여기는 "거대한 강제수용소(Gulag)"라 주장했다. 여기에 '굴락'이란 어휘가 보인다. 이 북한판 '굴락'에서 장길수군 일가가 빠져나오려고 그렇게 고생했고, 지금 이 '굴락'의 실체 얘기를 들으려고 미국이 황장엽 씨를 초청한 것인지도 모른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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