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국군 사병의 계급체계는 지금보다 복잡했다. 이등병 일등병 다음에 바로 하사 중사로 이어졌는데 중사는 다시 이등중사와 일등중사로, 그 위의 상사는 이등상사 일등상사 특무상사로 구분되었다. 특무상사는 사병의 최고 계급이었고 사병과 장교사이에 준위가 있었다. 준위는 소위와 모양이 같고 색깔만 다른 계급장을 달았다.

사병 계급은 한글 'ㅅ'자를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표시해서 사람들은 흔히 '야마가다'로 불렀다. 일본말의 찌꺼기가 상당부분 남아있던 시대라 'ㅅ'자를 '산(야마)'의 '형태(가다)'로 본것이다. 위관급 장교의 계급장을 게다짝 하나(소위), 게다짝 둘(중위)로 구별하기도 했다. '작대기' 세개 위에 '야마가다'를 세개씩이나 겹쳐놓고 그위에 다시 굽은 '작대기'를 활처럼 얹어놓은 특무상사 계급장은 '게다짝' 한개 달랑 붙은 소위계급장보다 중후한 느낌을 주었다. 그랬던 계급장이 60년대부터 '작대기' 위주로 모양을 바꿔 "신병 훈련 6개월에 작대기 두개/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신나는 김일병"이란 노래가 유행했다. 위관장교의 '게다짝' 계급장도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바뀌었다. 병장이 되면 달게 되는 '야마가다'를 '갈매기'로 고쳐부른 것도 그 무렵이었다.

군대나 경찰처럼 계급을 근간으로 하는 조직에서 계급은 곧 신분이고 인격이며 위상이다. 계급장은 조직의 질서를 바로잡고 기강을 세우는 잣대와 저울인 것이다. 순경에서 경사까지 는 무궁화 이파리 수로, 경위부터 무궁화 꽃으로 직위를 표시했던 경찰 계급장이 무궁화 꽃으로 통일될 모양이다. 경사까지는 작은 꽃에 태극무늬를 넣고 경위부터는 큰 꽃을 단다고 한다. 경찰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계급장을 바꾼다는데 하위직 경관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란다. 계급장 모양과 경찰 사기에 어떤 함수가 있다고 여긴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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