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1월에 활동을 시작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그 다음 해 7월에 결성된 '자유주의사관 연구회'가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단체들이고, 사회운동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나 역사학자 후지오카 노부가쓰(藤岡信勝) 그리고 만화가인 고바야시 요시노리가 일본 내 국가주의를 선동하는 인물들로 꼽힌다.

대중선동의 명수 고바야시의 말을 들어 보자. "대동아전쟁은 인류가 만들어낸 잔혹했지만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싸움이었다. 여러분은 전쟁에 나가겠느냐, 아니면 일본인임을 포기하겠느냐?" 섬뜩한 얘기다. 또 후지오카 노부가쓰도 "기존의 역사서 기술 방식은 자학(自虐)사관이며 자민족을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도착적인 사관이다. 이를 극복하는 사관이 자유주의 사관이다"면서 국가주의를 외친다.

이들에 앞서서 지난 96년에 죽은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대동아전쟁 긍정론을 펼친 '언덕 위의 구름'이라는 연재소설로 일본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으며 일본열도를 열광시켰다. 이런 맥락 속에서 일본 국가주의 역사관을 대표하는 이른바 '시바-후지오카 사관'이 탄생됐다. 거기다가 '패전후론(敗戰後論)이란 책을 써낸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는 "더럽혀진 아버지라도 아버지는 아버지다. 3백만 일본인 사망자를 2천만 아시아인 희생자보다 먼저 애도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교수는 이를 '이상한 아버지론'이라며 국가주의의 허구성을 비난했고, 고모리 요이지(小森陽一) 교수 역시 국가주의를 "저급한 역사 상식 수준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제 왜곡 역사교과서를 재수정 않으려는 일본 정부를 궁지에 몰아 넣을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반론이 시작돼야 할 차례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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