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를 올려야 일을 시작하고, 돈을 보내야 일을 추진하니, 돈 없고 여인 없는 사람은 어디에 기댈까." 탐관오리가 판을 치는 중국의 최근 실정을 한탄한 노래다. 이렇게 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는 부패한 집단을 응징하는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상(商)의 탕왕(湯王)이 하(夏)의 걸왕(桀王)을 타도한 것 같은 중국의 수 많은 역성혁명이다.

춘추전국시대와 로마시대의 노예반란 지도자인 유하척(柳下척)과 스파르타쿠스가 각각 동서양에서 최초로 노예들만 규합해 반란을 일으킨 원인 역시 당시 귀족 계층의 상상을 초월한 부패였다. 프랑스대혁명 등 유럽의 혁명들도 왕조의 부패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국가(國歌) '라 마르세예즈'가 부르봉왕조의 부끄러운 부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교훈을 배경으로 할 정도니 부패에 대한 응징 의지도 끈질기다.

"경술년 7월 대한이 망한 뒤 작위를 받은 조정의 관리가 모두 72 명이었다. 작위를 받지 않은 사람은 조정구(趙鼎九) 한 사람뿐이었다. 그 나머지는 모두 음란한 계집이 재산을 탐하고 색을 좋아하듯이 기뻐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하늘이 이런 놈들을 왜 싫어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요즘 청와대 비서실장쯤 되는 대한제국 고종황제 시종원 부경이었던 정환덕(鄭煥德)이 자신의 회고록 '남가몽(南柯夢)'에 남긴 글이다. 조선왕조가 망한 이유가 관리들의 정신적 부패였음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글귀다.

자고이래 부패란 한 나라를 망하게 하고 한 집단을 궤멸시키며 한 개인을 추락시킨다. 요즘 일부 교육자를 규탄 응징하는 '반부패수업'이 진행돼 이를 놓고 여론이 찬반으로 갈렸다. 도덕적으로 가장 맑아야 한다는 교육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심리가 불러들인 논란이다. 교육자만큼은 아직 덜 부패했다는 반증인 것도 같아 고소를 머금게 된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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