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아입구(脫亞入歐)'를 내세우며 전통을 떨쳐 버리고 근대적 민족주의를 들여온 일본이 세계사에 적응해 갈 때 중국은 터무니 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굴욕의 근대사를 만들고 말았다. 아편전쟁에서 2차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100 년 동안 중국은 그야말로 유래 없는 참담한 굴욕의 역사를 보냈다. 그렇다 하여 중국 사람들이 아주 민족주의적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합친 지 오래되면 갈라지고 갈라진 지 오래면 합친다(合久則分 分久則合)'는 믿음으로 중국인들은 긴 세월 동안 민족의 끈질긴 결속력을 다져왔다. 구구세세히 분열과 통합을 따지지 않고 분열과 통합의 변증법적 역사 발전 과정을 긍정해 온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지 최근 중국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강력한 민족주의인 중화(中華)사상을 앞세우면서.

경제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은 마치 한 판 벌일 듯 미사일 문제 등에서 미국에 "노"라 외치며 러시아와 은근슬쩍 배를 맞춰 가고 있다. 경제가 폭락한 일본은 중국 따라잡기에 이제 족탈불급일지 모르며 미국 역시 여기저기서 초조감을 보인다. 이런 판에 엊그제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이 결정돼 역사의 무게 중심이 중국으로 쏠리게 됐다. 중화주의가 화려하게 부활하여 중국은 참담한 역사의 굴욕에서 완전히 벗어나 명실상부한 세계 2대 파워국으로 등극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욱일승천하는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한반도에서 어느 한 쪽 입장만 지지하지 않는 노련한 중국을 외교적으로 어떻게 공략하고, 베이징 특수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중국을 다시 연구해야 할 때다. 나라가 크고, 민족성이 독특하고, 거대한 변화가 급속도로 일어나는 저 불가사의한 중국을.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옹지마(塞翁之馬)를 보는 중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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