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쉬저우(徐州)에서 푸양(阜陽), 린촨(臨泉), 난양(南陽), 샹판(襄樊), 이창(宜昌)까지 국도, 지방도, 농로를 이으면 대략 중원(中原) 횡단 1천800㎞가 된다. 2000년 7월, 이 거리를 중국산 지프 '이백코'를 타고 4일 만에 횡단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2001년 7월은 사정이 달랐다. 잘 만하면 하루를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1년 새 곳곳의 진창길이 포장도로 바뀐 것이다. 고속도로까지 닦이고 있었다. 끝없는 미루나무 행렬과 붉은 벽돌집들, 황토 개울에서 수영하는 박박머리 어린이들과 웃통 드러낸 사나이, 그물을 뒤집어쓰고 수레에 실려 가는 돼지와 악머구리 끓듯 하는 노천시장, 이런 것들을 뒤덮고 있는 뿌연 먼지와 두엄 썩는 냄새…. 진짜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는 일부러 외딴 길을 찾아가야만 했다. 온풍기 바람보다 더 뜨거운 열풍 속에서 닷새이고 엿새이고, 엄청나게 큰 원의 중심에서 헤매는 듯하던 고독감이나 공포는 더 이상 없었다.

중국의 온도계는 영상 40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 온도는 '근로중단'을 의미했다. 중국인들은 경제 대약진을 방해하는 그 따위 수치는 발표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정책의지의 강공 드라이브와 '일한 만큼 챙긴다'는 신(新)사회주의 개념의 수용이 눈 깜작할 사이에 도로 하나씩을 건설해가고 있다고 자신 만만해 하고 있었다. 그리나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말을 하다가 스스로 감동하는 그들의 버릇 뒤에는 반드시 엄청난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간간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운둔 중인 줄만 알았던 중원까지 잠을 깨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반성할 게 있다면 어느새 헌신짝처럼 내다버린 두 가지 일 것이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던 국민에너지를 방출해버린 국민의식과 정책의지의 부재.


중국시안(西安)=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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