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에 '예종 17년(1127년) 학질이 창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한국형 말라리아'도 3일이면 툭툭 털고 일어나는 약골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모기는 '모기만 한 게' 그토록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도 없다. 매년 3억∼5억명이 모기 때문에 말라리아를 앓으며, 이 가운데 279만명이 죽고 있다. 역사이래 인류 자연사의 50%가 말라리아 때문이라는 통계도 나와있다. 그러고 보면 고대 중국이 인도차이나를 정벌할 때 모기떼에 안전한 고지부터 선점하는 전술를 구사한 것이나, 백인들이 중남미 도시들을 고원에 만든 이유도 사실은 이 토착 모기떼의 강력한 '반(反)식민지 투쟁' 때문이었다는 얘기도 그럴듯하다.

이토록 인류는 모기에 물어뜯기고 있으나 말라리아 백신조차 못 만들어 낼만큼 그 전쟁에서 백전백패 하고 있다. 뒤늦게 모기와의 전쟁에 인간의 '유전자무기' 반격이 시도되고 있다.말라리아 등에 강력한 면역 기능을 가진 소위 유전자변형 모기를 만들어 이를 야생의 모기에게 전파함으로써 전염경로를 사전 차단한다는 전략이 미 위스콘신 대학에서 짜여지고 있다. 이미 영국 임피어리얼대 등 유럽 3개국 공동 연구팀은 DNA 조각을 모기 알에 주입, 애벌레의 염색체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유전자 변형 모기를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유전자무기를 쓸 때, 필연적으로 뒤따를 환경적 충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다. 이 모기떼를 겨냥해 살충제 `델타그린-S'를 비행기로 뿌리려다가, 이 살충제의 주성분이 환경호르문인 점을 들어, '먹이사슬을 통한 피해확산의 위험성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치는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인류는 모기와의 전쟁에서 아직 승기를 잡을 때가 아닌 모양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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