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晉)나라 평공(平公)은 26년동안 나라를 다스리면서 신하와 백성들의 존경을 받은 임금이다. 그가 훌륭한 군주로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경륜을 지닌 재상 사광(師曠)의 보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임금의 도는 청정무위(淸淨無爲)해야 하며 널리 백성을 사랑해야 하고 눈과 귀를 크게 열어 만방을 살펴야 하며 시곡에 빠져선 아됩니다. 좌우 측근에 얽매어서도 안되고 우뚝 서서 멀리 볼수 있어야 합니다. 성과와 실적을 자주 살피고 헤아려 이로써 공정하게 신하를 대해야 합니다." 사광은 평공에게 '임금의 길(人君之道)'을 그렇게 가르치며 이를 조도(操道)라고 이름했다. 사람을 조정하고 정치를 이끌어가는 능력과 도리란 뜻이니 요즘 자주 쓰이는 경륜과 뜻이 통한다. 사광의 정치적 안목과 식견도 훌륭했지만 그런 신하의 경륜을 수용해 나라를 다스린 평공의 그릇도 임금값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의(仁義)를 치세의 바탕으로 삼은 공자의 정치 경륜도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지만 공자는 결국 정치에 실패했다. 그 까닭을 중국의 고전 설원(說苑) 지무(指武)편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옛날 훌륭한 임금들은 강한 상벌(賞罰)천하를 변화시킬 수 있었지만 공자는어진 안연에게 칭찬만 할 뿐 상을 내리지 놋했고 선비를 헐뜯는 자들에게 비애를 느낄 뿐 벌을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천하 사람들을 따르게 하지 놋했다." 탁월한 식견과 경륜이 있더라도 권위와 위세가 없으면 이를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멀리 미국에서 기자들에게 '경륜론'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정상적인 교육, 탁월한 지혜, 수많은 경험의 세 가지 여소가 합쳐 경륜이 나온다는 말은 그럴듯한데 그 말끝에 한나라당과의 공조가능성도 언뜻 비쳤다. 그것도 '숱한 경험'에서 나온 경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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